20년의 세월이 남긴 권리 — “이혼해도 남편의 퇴직연금을 받을 수 있다”
이혼이 단지 관계의 끝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. 법은 ‘함께한 세월의 가치’를 인정하기 시작했고, 최근 판결은 그 상징적인 변화를 보여줍니다.

① 20년을 함께한 부부의 결단
60대 초반의 A 씨는 오랜 세월 공무원 남편 B 씨와 함께했습니다. 두 사람은 자녀를 키우고, 집안 빚을 갚으며 묵묵히 세월을 버텼습니다. 하지만 결국 오랜 갈등이 쌓여 이혼이라는 선택을 했습니다.
A 씨는 이혼소송 과정에서 재산분할을 요청했지만, 법원은 “남편의 순자산이 마이너스 469만 원”이라는 이유로 재산분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. 즉, 나눌 만한 재산이 없다는 판단이었습니다.
② 이혼 후에 찾아온 현실 – 남편의 연금
시간이 흘러, B 씨는 정년퇴직 후 공무원연금을 받기 시작했습니다. A 씨는 그 순간 서글픔을 느꼈다. “우리가 함께한 세월의 결실인데, 왜 그 연금은 오롯이 그 사람의 몫일까요?” 그 연금이야말로 두 사람이 함께 쌓은 노후의 버팀목이라 믿었기에, A 씨는 공무원연금 분할을 신청했습니다.
그녀의 생각은 명확했습니다. 이혼 전까지의 혼인 기간 동안 만들어진 연금이라면, 그 안에는 자신의 시간과 노력이 함께 들어 있다는 것입니다.
③ 남편의 반발 – “이미 재산분할은 끝났다”
하지만 남편 B 씨는 단호했습니다. “이혼할 때 재산분할 청구가 기각됐잖아요. 그럼 끝난 거예요.” 그는 행정소송까지 제기하며 “퇴직연금을 나눌 이유가 없다”라고 맞섰습니다.
1심 재판부는 B 씨의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. “이혼소송에서 이미 재산분할이 기각된 이상, 다시 연금 분할을 청구할 수 없다”는 이유였습니다. 이렇게 사건은 한 번 종결되는 듯 보였습니다.
④ 서울고등법원의 반전 – ‘세월의 가치’를 인정하다
그러나 항소심 결과는 달랐습니다. 서울고등법원은 이혼 당시의 판단을 다시 들여다보았습니다. “당시 재산분할 청구가 기각된 이유는 B 씨의 재산이 마이너스였기 때문이지, A 씨의 연금분할청구권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다.”
즉, 이혼 당시에는 재산이 없어서 분할할 게 없었을 뿐, 퇴직연금이라는 ‘잠재적 재산’에 대한 권리는 여전히 존재한다고 본 것입니다. 결국 법원은 A 씨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.
⑤ 핵심 법리 – 재산분할 기각 ≠ 연금분할권 소멸
이번 판결의 핵심은 명확했습니다. 이혼 당시 퇴직연금의 분할 비율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았다면, 비록 재산분할 청구가 기각되었더라도 전 배우자는 여전히 퇴직연금 분할 수급권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.
법원은 연금을 단순한 ‘현재의 재산’이 아닌, 혼인 기간 동안 함께 쌓아온 세월의 결실로 해석했습니다.
⑥ 연금의 본질 – ‘돈’이 아니라 ‘세월의 보상’
이 판결은 연금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합니다. 연금은 단순히 퇴직 후 받는 금전이 아닙니다. 그 안에는 수십 년간 함께 버텨온 삶의 흔적, 가정의 책임, 그리고 배우자의 보이지 않는 헌신이 녹아 있습니다. 결국 연금은 공동의 시간에 대한 보상인 셈입니다.
⑦ 문구 하나가 인생을 바꾼다 – 이혼 판결문 주의사항
다만 중요한 예외가 있습니다. 이혼 판결문에 다음과 같은 문구가 명시되어 있다면, 분할연금 청구는 불가능합니다. “퇴직연금 분할 비율은 0%로 합니다.”
이처럼 퇴직연금 분할을 배제하는 조항이 명확하게 기록되어 있다면, 그 이후에는 아무리 사정이 달라져도 청구할 수 없습니다. 따라서 이혼 과정에서 연금에 관한 부분을 명확히 명시하지 않으면, 훗날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.
⑧ 현실적인 시사점 – 이혼 당시 ‘퇴직연금’의 존재를 잊지 말아야
공무원·군인·사학연금처럼 퇴직 시점이 이혼보다 늦은 경우, 이혼 당시에는 연금이 아직 현실화되지 않았다고 간과하기 쉽습니다. 그러나 이후 배우자가 퇴직하면 그 연금이 실질적인 자산이 됩니다.
따라서 이혼 협의나 소송 시 반드시 “퇴직연금의 향후 분할 비율”을 명시적으로 정해두는 것이 필요합니다.
2025.11.06 - [생활경제정보] - 1929년 미국 대공황 총정리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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⑨ 결론 – 관계의 끝, 그러나 세월의 가치는 남는다
이번 판결은 단순히 법리적 논쟁을 넘어, 우리 사회에 중요한 메시지를 던집니다. 이혼은 부부 관계의 종결일 수 있지만, 함께 쌓아온 세월과 노력은 사라지지 않는 자산입니다.
법이 그 세월의 의미를 인정하기 시작한 것은,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 ‘삶의 존중’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. 결국 세월의 가치를 존중하는 용기, 그것이야말로 중년 이후 인생의 품격입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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